비행기를 탈 때마다 사소하지만 문득문득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다. 이를 테면 비상구 좌석엔 원한다면 아무나 앉을 수 있는 것인지, 탑승한 후에 보니 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내 마음대로 자리를 바꿔도 되는 것인지 등 무사히 체크인을 마쳤다면 이러한 궁금증들을 파헤쳐보자.
자격을 갖춘 자만이 비상구에 앉을 수 있다.
비상구 좌석은 앞에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 때문에 누구나 선호하는 자리이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오시면서 다리가 아프기 때문에 비상구 좌석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임산부 승객이 여유 있는 공간을 원해 비상구 좌석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 두 경우다 절대로 비상구 좌석엔 앉을 수 없다. 비상구는 말 그대로 비행기의 비상문이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기내 응급 재난 상황일 때 승객들이 탈출할 수 있는 통로이다. 따라서 비상구 쪽 좌석에 앉는 승객들은 유사시 승무원들을 도와 승객들을 탈출시킬 의무가 있고, 이에 따라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사람 이어야 하며, 노약자나 임산부, 영유아, 심신미약자 등은 앉을 수 없다. 또한 승객 본인의 도와주려는 의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체크인 카운터에서는 항상 비상구 좌석을 내주기 전에 승객에게 비상시에 승무원을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다. 내가 체크인을 도와줬던 승객 중에는 이러한 질문에 부담을 느껴서 평소라면 추가로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비상구 좌석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곳에 앉기를 거절하고 상대적으로 좁은 좌석에 앉기도 했다. 참고로 항공사에 따라서는 비상구에 앉는 승객에게 언어적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영어와 해당 항공기의 국적에 맞는 언어 중 하나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때로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는 재난 상황 시 승무원의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고 비상탈출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구 좌석은 돈을 내야만 앉을 수 있는 유료좌석이다?
요즈음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비상구 좌석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또한 항공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나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서 승객들은 기꺼이 추가로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좌석을 선택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에서 언급한 비상구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승객의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승객이 미리 온라인 체크인을 하면서 추가로 비상구 좌석을 구입했는데 막상 비행 당일 항공사에서 해당 승객이 이러한 조건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그 승객은 비상구 좌석에 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미 지불한 돈은? 항공사에서는 친절하게 승객에게 환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탑승 후에 보니 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비어있는 다른 자리에 가서 앉아도 될까?
이것 또한 각 항공사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해도 괜찮다. 단, 대부분의 항공사에서는 이에 대해 승무원의 동의를 얻고, 이륙 후, 자리를 바꾸고 착륙 전에 본인의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권고한다. 이유인즉슨, 특히나 승객이 꽉 차지 않은 비행기의 경우, 무게 밸런스를 고려해 화물과 승객의 위치를 지정하는데 혹시라도 이 균형이 깨지게 되면 비행기의 안전한 이착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승무원으로서 비행을 할 때에 30명 남짓 되는 모든 승객들이 비행기의 뒤쪽에만 좌석을 배정받았던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화물과 승객의 적절한 무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한 승객의 엄격한 식단 관리로 인해 스페셜 밀을 신청한 경우, 승무원에게 자리 이동을 알리지 않는다면 승무원이 기내식을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승객 역시 본인이 신청한 밀을 못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